사랑니 옆 치아가 썩었다면
사랑니를 뽑았는데, 왜 옆 치아 얘기를 하는 걸까요?
사랑니 발치를 권유드리면서 "옆 치아도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의아한 표정을 지으세요. 사랑니가 문제인데 왜 옆 치아냐고요. 그런데 사실 이게 꽤 중요한 포인트거든요.
사랑니가 만드는 조용한 충치
사랑니가 완전히 누워서 났거나, 반만 올라온 경우엔 바로 앞에 있는 제2대구치(사랑니 바로 앞 어금니)의 뒷면이 닳기 쉬워요. 왜냐면 사랑니와 제2대구치 사이에 틈이 생기는데, 이 틈은 칫솔이 거의 닿지 않거든요.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그 사이에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제2대구치 뒤쪽이 서서히 썩어들어가는 거예요.
문제는 이 충치가 꽤 많이 진행될 때까지 본인이 잘 모른다는 점이에요. 위치가 안쪽이라 거울로도 안 보이고, 초기엔 통증도 별로 없어요.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비로소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진단이 생각보다 어려워요
사실 저도 엑스레이만 봐선 충치 범위를 100% 확신하기 어려운 케이스가 있어요. 사랑니에 가려서 병변이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 입체적으로 파악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경우엔 사랑니를 먼저 발치한 다음 제2대구치 뒷면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가요. 발치하고 나서 보면, "아 생각보다 많이 진행됐네"인 경우도 있고, "다행히 얕네"인 경우도 있어요. 사랑니가 있는 상태에서는 그걸 미리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이야기예요.
발치 후, 옆 치아 치료가 더해질 수 있어요
사랑니를 뽑고 난 뒤 제2대구치 뒷면에 충치가 확인되면, 그 치료를 추가로 해야 해요. 범위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 충치가 얕은 경우 — 레진(치아색 수복 재료)으로 처리할 수 있어요.
- 충치가 어느 정도 깊은 경우 — 충치를 제거하고 크라운(씌우는 치료)까지 필요할 수 있어요.
- 충치가 신경 가까이까지 들어간 경우 — 신경치료 후 크라운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돼요.
같은 치아인데 치료 범위가 이렇게 달라지는 이유는 "언제 발견했냐"에 달려 있어요. 그리고 이 "언제"는 대부분 사랑니 발치 타이밍이랑 연결돼 있고요.
사랑니, 증상 없어도 뽑는 게 나은 경우
"안 아프면 그냥 두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경우마다 다르긴 한데, 사랑니가 누워있거나 반매복 상태라면 저는 대체로 발치를 권하는 편이에요. 이유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앞서 말한 제2대구치 손상 위험이고, 다른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발치가 어려워진다는 거예요. 20대엔 사랑니 뿌리가 아직 완성 중이라 상대적으로 수술이 쉬운 편인데, 30대 중반 이후엔 뿌리가 굳어지고 주변 뼈와 유착되는 경우도 생겨요. 그 자체로 어려운 수술이 더 어려워지는 거죠.
지금 당장 안 아프다고 해서 아무 일도 안 생기는 게 아니라, 옆 치아에 조용히 피해가 쌓이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셨으면 해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어요?
파노라마 엑스레이 한 장이면 사랑니 위치, 방향, 옆 치아 상태를 대략 파악할 수 있어요. 의심스러운 부위는 구강 카메라나 치근단 엑스레이로 추가 확인하고요.
사랑니 발치를 고민 중이시거나, 오래 방치된 사랑니가 있다면 옆 치아 상태까지 같이 봐달라고 말씀해 주세요. 사랑니만 빼는 게 아니라, 그 자리 전체를 같이 점검하는 게 맞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