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약만 먹으면 나을까요? 약과 치료의 차이
잇몸약만 먹으면 잇몸이 좋아질까요?
약국에서 잇몸약 사 오시는 분들 많으시죠.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데 일단 약 먹으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요. 저도 환자분들께 자주 듣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 약이 잇몸을 치료하는 건 아니에요.
오해 1: 잇몸약을 먹으면 잇몸병이 낫는다
잇몸약(시판 약 기준으로는 주로 항염 성분이나 생약 성분)은 염증 반응을 줄여주는 역할이에요. 불이 났을 때 물을 뿌려 잠깐 진화하는 것과 비슷해요. 붓기가 빠지고, 피가 줄고, 일시적으로 편해지는 건 맞아요.
문제는 잇몸병의 원인이 치석과 세균막(플라크)에 있다는 거예요. 잇몸 안쪽 깊숙한 곳에 쌓인 치석은 약이 닿지 않아요. 원인이 그대로 있는데 염증만 억제하면, 약 끊으면 다시 올라오죠. 실제로 "잇몸약 오래 먹었는데 치과 오니까 치석이 엄청 쌓여 있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꽤 있어요.
오해 2: 피가 안 나면 잇몸이 건강한 것이다
약을 드시고 나서 "피가 안 나니까 좋아진 거 아닌가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게 가장 흔한 착각 중 하나예요.
잇몸 출혈은 염증의 신호예요. 약으로 염증 반응을 억제하면 출혈 신호가 줄어들 수 있어요. 하지만 잇몸뼈(치조골)가 조금씩 녹아 내려가는 건 피가 나는지 안 나는지와 별개로 진행돼요. 겉으로 조용해도 속에선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잇몸병은 꽤 오래 진행돼야 본격적으로 아프거나 흔들리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기가 어려운 병이에요.
그럼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잇몸 치료의 핵심은 원인 제거예요. 치석 제거(스케일링)나, 잇몸 깊은 곳까지 세균막을 긁어내는 치근 활택술(루트 플레이닝) 같은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요. 상태에 따라서는 항생제를 처방하기도 하는데, 이건 치료와 병행할 때 의미가 있어요.
약이 아예 필요 없다는 게 아니에요. 치과 치료 전후로 염증을 관리하는 데 약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거든요. 다만 약이 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저는 환자분이 오시면 구강 카메라로 잇몸 상태를 직접 보여드리면서 설명드려요. "이 부분 치석이 이만큼 쌓여 있고, 잇몸이 여기까지 내려왔어요"라고 눈으로 확인시켜 드리면, '아, 약만으론 안 되는구나'를 자연스럽게 이해하시더라고요.
잇몸이 불편하다면, 약국 먼저보다 치과에서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게 먼저예요. 빠를수록 치료도 간단해지고, 비용도 덜 들어가거든요.